동검리 주택 :: 2006. 3. 2. 14:33

건물개요
  • 건축물명 : 동검리 주택(Donggeom-ri Residence)
  • 설계자 : 이일우, 김영옥, 홍길동 | 건축사사무소 건축공방 무
  • 소재지 :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 
  • 설계년도 : 2004. 08
  • 준공년도 : 2005. 01
  • 시설분류 : 단독주택
  • 대지면적 : 495㎡
  • 건축면적 : 153.69㎡
  • 연면적 : 195.43㎡
  • 건폐율 : 31.05%
  • 용적율 : 39.48%

회사정보
  • 설계 : 건축사사무소 건축공방 무
  • 구조 : 건축사사무소 건축공방 무 | 남정
  • 설비 : 선화기술단사무소
  • 시공 : ㈜미담건축 | 담틀벽시공- 흙건축연구소 살림
  • 전기 : 효성전기

상세정보
  • 지상규모 : 2층
  • 구조형식 : 목구조/담틀벽(rammed earth)
  • 외부마감 : 담틀벽(Rammed earth), 레드파인찬넬사이딩, 오일스테인
  • 내부마감 : 담틀벽(Rammed earth), 목구조재 노출위 투명래커, 수성페인트

설명 & 평

동검리 주택Ⅰ- '멀리 바다를 그리다'

  • 길, 바다, 관계의 상념
    대지는 강화도의 남단에 위치한 동검도라는 작은 섬의 서측 가장자리에서 바다와 면해 있다. 최근 새로 완공된 초지대교는 강화도와 도시와의 거리를 단축시키고 있었다. 배가 드나 들 수 있도록 하늘과 맞닿아 있는 초지대교를 넘노라면, 허공의 갯벌 속에 작은 점들로 산재해있는 항구와 고깃배들이 어우러져, 도시의 빌딩 군락과는 사뭇 다른 강화도의 스케일을 느끼게 된다.
    이 다리를 통해 하늘과 갯벌의 광활한 스케일을 넘어서면, 끝없이 펼쳐진 벼이삭의 대지와 조우하게 된다. 멈춰진 시간 속에 현재라는 시간의 선이 하늘과 바다를 가로지르고 있는 것이다. 길과 바다를 잇는 동검리 주택의 흙으로 다져진 열주와 브릿지의 축선은 이와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동검도로 들어가는 뚝방길을 건너, 어릴 적 기억 속의 구멍가게를 지난다. 숲 속을 뚫고 난 어색한 아스팔트 길에 올라 언덕너머 텃밭 사이로 가로질러 난 농로를 돌아 내려오면, 좌우로 나뉘는 그 길의 끝자락에서 멀리 바다를 만난다. 그곳에 자리하는 대지는 스스로 그곳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과 조우하며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았다.
    손 뻗으면 잡힐 듯한 저 발치아래 바다를 향한 아쉬움으로, 이 농로의 끊어진 선을 허공 속에 이어본다. 무심코 지나치고 말 것 같던, 이 섬 가장자리 경사면의 대지가 무언의 손짓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쉬움은 그리움이다. 그냥 그렇게 존재하던 곳에 그리움의 선을 긋는다. 이렇게 대지는 사람과 만난다. 그리고 건축을 통해서 그 존재의 공유를 시작한다.



  • 호, 타원, 그리고 사선
    대지에 잠재되어 있는 선들을 들추어내서 동검리 주택을 프로그램화한다. 자루 모양의 대지는 진입로에서 바다 쪽으로, 6m 정도 레벨 차이가 나는 경사면이다. 지형의 경사가 완만하고 급해지는 경계선을 중심으로, 바다와 평행한 아래 영역과 바다를 향한 위 영역으로 나눈다. 지형을 따라 휘어져 내려가는 곡선(호) 너머로 타원의 안마당을 그린다. 아래에서는, 바다와 나란히 자리하는 1층 매스의 수평선으로 호와 타원을 연결한다. 위에서는, 진입로와 2층을 연결하는 바다를 향한 강한 축선이 그들을 관통한다. 그렇게 대지와 건축이 바다와 만나게 된다.

  • 프로그램
    흙기둥과 브릿지로 강조된 축선을 통해 진입마당과 2층이 같은 레벨에서 연계되고, 건물 내부로 이어진 옹벽을 따라서, 진입마당과 아래쪽의 안마당이 연결된다. 대지의 동쪽에서 북쪽으로 휘어진 옹벽은 남측의 태양을 대지 깊숙이 끌어들여 서향의 주택을 보완한다. 그리고 옹벽의 끝점에 현관을 두어 내부공간의 시작점으로 전이시킨다. 콘크리트의 옹벽은 목조 벽으로 치환되어 엷어져간다.
    바다로 향한 축선이 거실을 지나 중정과 만나 다시 안마당에 이른다. 옥상 조경으로 구성된, 1층 지붕의 떠있는 대지가 바다의 전경을 대지로 끌어온다.

    중정의 회화나무는 공중마당과의 소통을 이루고, 중정 너머 사랑채에서는 대지를 세워 만든 담틀벽의 물성이 강조된다. 그 흙벽을 관통하여 삽입된 아크릴 막대들은 주야의 빛을 전달하여 흙벽의 무거움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구들에 의해 올려진 사랑채의 전통적 스케일을 현재에도 유효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대지가 만들어낸 이 주택은 동검도의 스케일에 의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뚝방길에서는 언덕 위 조그만 오두막으로, 바다 건너 선두리에서는 가히 웅장한 저택으로, 진입로를 들어서면, 대지 속에 파묻힌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다.
    1층의 긴 매스 위에 얹혀진 단촐한 박공의 매스는 중년의 소녀분께 드리고 싶은 선물로 해둔다. 바다를 향해 달려 내려가는 듯한 대지는,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의 하얀 집을 꿈꾸는 그분에게는 차마 발설할 수 없는 핸디캡이었다.


  • 선의 구조
    이 주택은 경량 목재의 구조적인 선들이 각 부재의 역할 그대로 표현되어 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1층은 공학목재인 글루램을 통한 Post & Beam 방식과 경량목구조의 스터드(Stud) 방식을 혼합하여 구성하였는다. 거실 동측의 샛기둥(Stud)은 2인치가 아닌 3인치를 사용하고 지붕 장선(Joist)은 2"x12"와 2"x6"를 합성하여, 적절한 구조적 선의 간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천정고 2.8m 높이의 거실에 비해, 2층의 매스로 인해 1m가 더 높아진 식당과 현관 부분은, 4.2m 스팬의 글루램 보 위에 2층 바닥장선을, 경량목구조의 스팬(16")대로 좁게 배열하여 글루램의 볼륨과 대비시켜, 그 선들이 외부로 확장되는 것을 드러나게 하였다. 2층은 1층에서 올라온 글루램 기둥 상부에 경량 부재(2"x6")를 합성한 POST & BEAM 방식으로 구성하여, 경량 부재의 선들이 충분히 표현될 수 있도록 하였고, 지붕과 서까래는 도리(Purlin)를 이용하여 그 사이를 띄워서 선의 유희를 이어가며, 천정 면에 빛의 흐름을 유도할 수 있게 하였다.
    공중 마당을 본채와 함께 떠받치고 있는 사랑채는, 우리네 토담집과 더불어 전 대륙에서 그 사례가 나타나는 담틀벽(흙다짐벽 Rammed Earth)으로 구성된다. 담틀벽은 호주 자료에 의하면, 2㎏/㎠의 압축강도를 갖는다. 콘크리트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런 수치지만, 벽 두께가 450㎜인지라, 벽은 6ton/m의 힘을 갖는다.


    홍천 높은터 주택에서는 두 개 층을 받치게 하였는데, 호주나 독일, 프랑스의 사례와 연구를 보면, 이 방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동검리 주택에서는 담틀벽과 열주의 물성이 대지가 갖는 오브제로서의 의미에 중점을 두었다. 대지가 물기와 생기를 머금는 계절이면, 마당 진입로를 따라 솟아난 대지의 열주들과 사랑채의 벽체는 자연의 일부인 양 더욱 견고해지고 생성의 순간에 담겨진 사람들의 숨결을 켜켜이 드러내고 있다.


도면











* 글 : 이일우(건축공방 무)

[출처 : 건축도시연구정보센터(AURIC)]